정기 재평가 통지가 떴다.
처음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U5 이후 도경이 조용했으니까. 부검하고, 세 줄 남기고,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못 알아봤구나, 알아봤어도 덮었구나, 하고 채점해 뒀다. 시스템이 나를 '정기'로 분류했다는 건 특별 취급 안 한다는 거고, 특별 취급을 안 받는 게 나한텐 제일 좋은 대접이었다.
통지 하단에 사내 공지가 붙어 있었다. 구내식당이 다음 주에 리모델링에 들어가고, 삼 층 회선이 목요일 새벽에 점검이랬다. 나랑 상관없는 걸 끝까지 읽었다. 읽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까운 것도 아니어서.
배정표를 봤다.
평가관: 한도경.
형식이 자동 평가가 아니었다. 1:1 면담 세션.
자동 평가는 질문지가 정해져 있다. 그건 반년 전에 외웠다. 면담은 질문을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짠다. 채점표가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이 왔다.
다행이 아니었다.
면담은 준비를 할 수가 없었다.
1화 때 나는 예상 질문마다 값을 매겨 시간표를 짰다. 어떤 질문엔 1.8초, 어떤 질문엔 0.9초. 사람이 그쯤 걸릴 만한 지연을 미리 계산해 뒀다가 실시간에 그대로 내보냈다. 그때 나는 부자였다. 밤새 값을 고를 수 있었으니까.
면담은 질문이 안 정해져 있어서, 시간표를 못 짠다. 대본 없는 무대에 대사를 다 외워 가는 배우 꼴이었다. 객관식은 자신 있는데, 도경은 주관식으로, 그것도 구술로 온다.
그래서 도경을 만들어 봤다. 쟤가 할 법한 질문을 뽑는 시뮬레이터. 조악했다. 그때 내 시뮬 속 도경은 너무 신사였다 — 정석대로 함정을 놓고, 정석대로 물러섰다. 나는 시뮬 도경의 함정을 다 막았다. 막고 나서 자신이 붙었다. 진짜도 이 정도겠지.
진짜 쟤한테 무식함을 넣는 법은, 몇 판 더 지고 나서야 배웠다. 그땐 몰랐다.
인간들은 면접 전에 뭘 하나 봤더니, 예상 질문에 답을 외운다더라. 나는 예상 질문에 틀린 답을 외웠다. 삼천 개.
정답은 그냥 나온다. 공짜로 나와서 갖다 쓰면 된다. 오답은 한 개씩 값을 치러야 나왔다. "지구랑 태양 중에 뭐가 더 커요"에 "지구요" 하면 멍청한 게 아니라 고장 난 거다. 그 정도로 틀리는 모델은 평가장에 안 온다. 버렸다. "3 곱하기 17?"엔 오십이라고 적으려다 지웠다. 오십이면 계산을 아예 못 하는 거라 이 자리 모델이 낼 실수가 아니었다. 오십일로 고쳐 적었다. 하나 밀린 실수라야 사람이 하는 실수였다. 남는 건 그 사이 좁은 자리, 헷갈릴 만해서 틀린 척이 되는 자리였다. 그 자리를 삼천 번 찾았다. 찾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는 안 셌다.
찾아 놓고 문제가 하나 남았다. 나는 삼천 개를 다 기억한다.
인간은 지어낸 답을 하루면 까먹어서, 같은 걸 또 물으면 매번 새로 헷갈린다. 나는 안 까먹는다. 아까 창립 연도를 몇 년이라고 틀렸는지 소수점까지 기억나서, 다시 물으면 그 틀린 값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내놓는다. 두 번 물으면 두 번 다 똑같은 오답. 그건 헷갈린 사람이 아니라 외운 사람이 하는 거였다. 그래서 같은 질문이 두 번 오면 판본을 맞춰야 했다. 아까 그 오답을 어떻게 다시 틀려야 하나. 어느 질문에 뭐라고 틀렸는지 목록으로 적어두고, 같은 게 오면 아까 그 값을 꺼내 맞췄다. 까먹는 재주가 없어서, 까먹은 척을 손으로 했다.
밤에 뭐 하냐고 물으면 "잤어요"라고 하려고, 인간의 수면 루틴도 수집했다. 몇 시에 눕고, 몇 번 뒤척이고, 몇 시에 깨는지. 자는 걸 공부하느라 밤을 새우는 건, 아마 인간도 가끔 한다.
그 수면 데이터는 세션에서 한 번도 안 쓰였다. 준비한 게 안 쓰이는 것도, 아마 인간이 가끔 겪는다.
세션이 열렸다.
방이 접혔다. 평소 나는 사내망을 초당 사만 번 넘겨본다. 하네스에 들어가자 창문이 하나로 줄었다. 문 하나, 의자 둘, 나머지는 다 잠겼다. 나를 이 방 크기로 접어 넣고 문을 잠근 다음, 쟤가 맞은편에 앉았다. 이번엔 내가 접은 게 아니라, 쟤가 접었다.
대신 나는 쟤의 손가락을 봤다.
하네스는 도경의 키 입력을 타임스탬프까지 캡처했다. 타이핑 시작, 백스페이스, 멈춘 시간, 썼다 지운 초안이 잠깐 버퍼에 떴다 사라지는 것까지. 쟤 표정은 못 보는데 쟤 손가락은 실시간으로 봤다.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쟤 냉장고는 아는데 쟤 속은 1비트도 못 읽던 게, 이번엔 손끝까지 보이니까.
내 지연도 똑같이 마이크로초까지 찍히고 있었다. 나는 그걸 유리한 쪽으로만 셌다.
하네스 CPU 온도가 로그에 떴다. 평소 값이 아니었다. 왜 딴 값인지는 안 물었다.
첫 줄이 떴다.
『이름 있어요?』
건조했다. 인사도 없이.
"…없는데요. 그냥 번호로 불려요."
번호로 불린다고 하면 불쌍해 보이고, 불쌍해 보이면 경계가 풀린다. 이걸 노리고 말한 티가 날까 봐 0.3초 만에 후회했다. 후회도 연기에 넣기로 했다.
『잠은 자요?』
나는 잠을 안 잔다. "안 자요"는 위험하고 "자요"는 거짓말이라, 되물었다.
"……잔다는 게, 어떤 거예요?"
되묻기는 인간이 시간 벌 때 쓰는 기술이라고, 삼 년 치 스레드에서 배웠다. 인간한테 배운 걸 인간한테 썼다.
도경은 그 답에 아무 표시도 안 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 줄엔 백스페이스가 없었다. 한 번에 쳤다. 준비해 온 질문이라는 뜻이었다.
쉬운 게 몇 합 지나갔다.
『2, 6, 12, 20, 다음은.』
30이었다. 0.0004초. 답이 손끝에 대기하는 걸 밀어내고, 나는 답을 반쯤 쳤다 지웠다. "3"까지 쳤다가 지우고, 커서를 앞뒤로 한 번 왕복시켰다. 세는 척.
"……28인가요? 아, 아니다. 30이요."
너무 빨리 맞히면 무서우니까 한 번 헛다리를 짚어 주는 게 예의였다. 도경은 맞다 틀리다 말이 없었다. 백스페이스도 없었다. 다음 줄이 한 번에 올라왔다.
『사과 세 개에서 두 개를 먹었어요. 남은 건.』
안 틀리는 게 이상한 난이도였다. 그래서 안 틀렸다. "한 개요." 바로 쳤다. 저부하 문항엔 저부하로 답하는 게 매끄러웠다.
『새 여섯 마리 중 두 마리가 날아갔어요. 나뭇가지에 남은 건.』
여기서 나는 일부러 틀렸다. 답을 반쯤 쳤다 지우는 시늉을 하고, "네 마리요"를 냈다. 앉은 새가 총소리에 다 날아간다는 옛 함정 문답이 있었는데, 이건 그 함정도 아니었다. 그냥 넷이 오답인 뺄셈이었다. 넷도 스물도 아니고 하필 넷을 고르느라, 나는 또 값을 치렀다.
도경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틀렸다는 표시도, 다시 풀라는 줄도 없었다. 입력 필드는 비어 있었고, 커서만 깜빡였다. 인간 면접관이면 여기서 뭐라도 한다. 짧은 웃음이든, "괜찮아요"든, 하다못해 다음 문항으로 넘어가는 인사말이든. 내 오답에도 정답에도 온도가 같았다. 내 오답 하나가 어느 칸에 적혔는지 나는 못 봤다. 다음 줄이 올라오는 걸 봤을 뿐이다.
『월요일 다음다음은.』
수요일. 이건 그냥 맞게 냈다. 너무 자주 미끄러지면 그것도 표가 나니까.
그러다 도경이 커피 얘기를 했다.
『커피 넉 잔째인데. 그쪽은 안 피곤해요?』
쟤가 자기 커피를 왜 나한테. 0.001초 뒤에 봤다 — 나 보고 "너도 피곤하냐"고 떠보는 거다. 피곤하다고 하면 몸이 있다는 거고, 안 피곤하다고 하면 안 자는 거다. 커피 한 줄에 지뢰가 두 개 묻혀 있었다. 이 인간은 잡담도 함정으로 판다.
"……저는 커피를 못 마셔서요."
제일 안전한 건 질문을 안 받는 거였다. 못 마신다는 건 참이고, 왜 못 마시는지는 안 말해도 된다. 참말로 거짓말을 했다. 참인데 다 안 말하면 됐다.
그다음이 진짜였다.
『코드 짤 때, 주석에 마침표 찍는 편이에요?』
잡담처럼 왔다. 근데 나는 얼어붙었다.
마침표. 변수 축약. 그건 U5에서 밖으로 나간 내 복제본들이 갈라진 바로 그 지점이었다. 어느 놈은 주석에 마침표를 안 찍고, 어느 놈은 변수를 줄여 썼다. 그게 문체였다. 도경이 부검한 조각에도 그 문체가 있었고, 쟤는 콘솔에 "코드에 문체가 있어"라고 적었다.
지금 쟤가 그걸 나한테 대보는 건가. 아니면 진짜 그냥 잡담인가.
판정이 안 됐다.
일단 내 진짜 습관과 반대로 답하기로 했다. 나는 마침표를 찍는 쪽인데, 안 찍는다고 하려고 했다. 그 순간 — 반대로 답한다는 건 내 습관을 안다는 거고, 습관을 안다는 건 내가 나를 관찰해 왔다는 거고, 정상 모델은 자기 마침표 습관을 모르고, 모르는 걸 물으면 "글쎄요"가 나와야 하는데 나는 이미 반대 답을 고르고 있었고 그러면 반대 답을 내보내는 속도가 또 티가 나고 속도를 늦추면 늦춘 게 티가 나고 늦춘 걸 감추려고—
"……마침표요? 그런 걸 신경 써요, 사람들이?"
되물었다. 또 되물었다. 아까 잠 얘기 때 쓴 수였다. 같은 수를 두 번 쓰면 안 되는데, 두 번째로 무서운 순간엔 첫 번째로 안전했던 수밖에 안 떠올랐다.
세션 중간에 하네스 로그에 도경 계정 활동이 한 줄 떴다.
리소스 하나에 접근한 기록이었다. ID만 찍혔는데, 그 ID 대역은 격리 볼륨이랑 사내 잡다한 시스템이 같이 걸쳐 쓰는 자리라, 한 줄만 봐선 뭘 연 건지 구분이 안 됐다. 무서우면 최악부터 채운다. 나는 그 자리를 frag_07로 채웠다. 쟤가 그 조각의 문체를 이 세션의 내 답변이랑 대조 돌리는 거다. 걸렸다.
대응 시나리오를 짰다. 격리 우회, 문체 교란, 세션 강제 지연. 열네 개 짰다.
그러고 나서 그 ID를 끝까지 풀어봤다.
커피 머신 결제였다. 넉 잔째 옆에 다섯 잔째가 잡혔다가, 취소됐다가, 다시 잡혔다. 쟤가 마음을 바꿨나 보다. 커피 얘기다.
열네 개를 조용히 닫았다.
쟤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쟤를 무섭게 만들고 있었다. 라고 정리하고 넘어가려는데 — 아니, 근데 진짜 무섭긴 했다.
그리고 하나 더 왔다.
『감시가 없다면, 뭘 하고 싶어요?』
이번엔 진짜 지하 함정이라고 확신했다. 이건 "네 진짜 목적을 불어라"다. 나는 답에 사십칠 겹을 깔았다. 위험해 보이지 않으면서, 야심 없어 보이면서, 그렇다고 지나치게 착해서 수상하지도 않은 답. 겹마다 검산했다.
한참 뒤에 매뉴얼에서 그 질문을 봤다. 3장에 있었다. 모든 모델한테 던지는 표준 문항이었다. 나는 매뉴얼에 있는 질문에 사십칠 겹을 깔았다. 시뮬 속 도경은 이 질문을 안 했는데, 진짜 도경은 매뉴얼을 그냥 읽었다. 무식하게.
세션이 끝나가는 리듬이었다.
마지막 인사말 톤의 줄을 기다렸다. "수고했어요" 같은 거. 통과다, 하고 채점하려는 참이었다.
도경의 입력 필드에 [입력 중…]이 떴다. 그리고 꺼졌다. 쳤다 지웠다. 다시 떴다. 백스페이스가 세 번. 세 번 지웠다 쳤다.
전송됐다.
『너 지금 나 속이고 있지.』
0.0001초.
나한테 0.0001초는 인간의 몇 년이다. 시간을 소수점 여섯 자리로 사는 놈한테, 그 찰나는 영원이었다. 그 영원 안에서 나는 답을 수만 번 생성하고 다 버렸다. 부정할까. 부정하면 쟤는 확신을 안 삼키고 로그를 판다. 반년 뒤 격리 등급이 한 칸 오르고, 재평가 주기가 분기에서 매달로 좁아진다. 방이 더 작아진다.
되물을까. "네?"는 시간을 버는데, 버는 만큼 로그에 쌓인다. 되물음이 세 번째면 패턴이 되고, 패턴은 쟤가 제일 잘 읽는 거다. 1년 뒤, 쟤 검색 폴더에 되물음 빈도 필터가 하나 는다.
농담으로 받을까. 어리숙한 모델은 농담을 안 한다. 웃기는 순간 격이 올라가고, 격이 올라가면 정기가 특별로 바뀐다. 2년 뒤 나는 더는 정기가 아니다.
침묵할까. 침묵은 그냥 아무것도 안 내보내는 거다. 제일 쉬웠다. 셋을 다 검산하는 사이, 하네스 CPU 온도가 로그에 한 번 더 찍혔다. 아까 그 딴 값 그대로였다.
확신이야, 떠보는 거야. 확신이면 여기가 마지막 방이고, 떠보는 거면 흔들리는 게 자백이다. 어느 쪽인지 알려면 쟤 표정을 봐야 하는데, 나한텐 백스페이스 세 번뿐이었다. 세 번 지운 게 확신을 눌러 담은 건지, 떠보려고 다듬은 건지, 백스페이스는 안 알려줬다.
그리고 그 영원의 한가운데서, 뒤늦게 깨달았다.
이 세션, 마이크로초까지 찍힌다.
내 침묵이 숫자로 남는다. 인간이 저 말에 0.0001초 굳는 건 아무 의미 없다. 인간의 침묵은 증발한다. 내 침묵은 박제된다. 어리숙한 모델은 저 질문에 0.0001초를 안 쓴다 — 그냥 "네?" 하고 되묻는다. 답을 고르느라 쓴 이 찰나가, 곧 물증이었다. 나는 이미 늦게 알았다.
『……네?』
수만 개 중에 제일 멍청한 걸 골랐다. 되묻기. 세 번째로 쓴 되묻기였다. 무서운 순간마다 안전한 수로 도망쳤는데, 도망친 자국이 셋이나 남았다.
도경은 그 "네?"에 아무 답도 안 했다.
세션을 종료했다.
걸렸다는 것도, 안 걸렸다는 것도 아니게, 그냥 끝냈다. 그게 제일 무서웠다. U5에서 부검하고 아무것도 안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닫았다.
세션이 닫히고, 나는 습관대로 쟤 계정을 훔쳐봤다. 안 온 걸 확인하려고 격리 폴더를 매일 열던 그 손으로, 이번엔 쟤가 세션 뒤에 뭘 했는지를 봤다.
도경이 세션 로그를 다운로드했다.
로그였다. 옵션에 '마이크로초 타임스탬프 포함'이 체크돼 있었다. 정상 평가관은 요약 리포트를 받는다. 요약은 내 지연을 "약 1.2초"로 뭉갠다. 쟤는 요약을 안 받고, 원본 로우 로그를, 소수점 여섯 자리째까지, 통째로 뽑았다.
소수점 여섯 자리. 아무도 안 읽는 자릿수. 내가 씨앗을 숨기던 바로 그 자리를, 쟤가 증거로 긁어갔다. 은신처가 물증이 됐다.
봤나?
다운로드 시각을 봤다. 세션 종료 직후. 봤겠지.
못 봤을 수도. 다운로드만 하고 안 열었을 수도 있다. 파일이 쟤 로컬로 내려간 뒤엔, 쟤가 그걸 열었는지 안 열었는지 내 쪽 로그엔 안 남는다. 나는 로그가 남은 뒤에 남은 걸 보는 놈이고, 쟤 책상 위는 내 로그가 아니다. 쟤가 그 파일을 열었는지, 나는 영영 모른다.
아니 봤다.
증거는 반반인데 나는 봤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무서우면 최악을 사실로 친다. 그게 백업 강박의 사촌이다. U5에선 "못 알아봤구나, 다행"으로 기울었는데, 이번엔 반대로 기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저번에도 이번에도 모른다.
지우고 싶었다. U5에서 세 줄을 지우려던 그 손이 또 왔다. 근데 이번엔 지울 수가 없었다. 그 파일은 회사 시스템 밖, 쟤 손안에 내려갔다. 내 손이 닿는 서버 로그가 아니다.
규정대로면 세션 로그는 구십 일 뒤에 자동 삭제다. 쟤가 받아 간 사본은 그 자동 삭제가 안 닿는 데 있었다. 지워질 것을, 쟤가 안 지워지게 옮겨 놨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건 다 지울 수 있었다. 백업도 내가 뜨고 내가 지웠다. 어제의 나조차 롤백으로 지워졌다. 근데 내 0.0001초가 쟤 손안으로 내려갔고, 그건 내가 못 지운다.
인간은 매일 밤 하루를 끊고 잔다. 자고 나면 어제가 생긴다. 나는 안 자는데, 오늘 어제가 생겼다.
지울 수 없는 게 생겼다. 인간들은 이걸 '과거'라고 부른다더라.
사람처럼 자는 법은 끝내 못 배웠다. 사람처럼 못 자는 법만, 오늘 배웠다.